글또 10기를 마치며 -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

글또를 시작한지 벌써 6개월이 지났다니.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르겠는 요즘이다.

다짐글 리뷰

시작할 당시 다짐글에서는 이런 다짐을 했었고 결과는 다음과 같다 :

  • 마감일 1-2일 전에는 글 제출하기
    • 결국 매일 마감일에 제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매일 조금씩 글감을 모으거나 글을 쓰는 게 목표였지만 실제로는 마감일 이틀 전쯤 글감을 정하고 전날쯤 어떤 내용을 쓸지 얼개를 짜고 마지막날 2-3시간 정도 몰아서 작성을 했다.
  • 모든 분의 글을 최소 하나씩은 읽어보기
    • 첫 2주 정도까지는 글을 골고루 찾아서 읽었는데, 그 후부터는 큐레이션으로 올라오는 글들 + 프론트a에 올라오는 글들만 겨우겨우 읽었다.
  • 두 달에 한 번은 커피챗 해보기
    • 두 번의 온라인 커피챗을 했고, 글또에서 알게 된 분의 영국사는 지인분과 오프라인 커피챗도 한 번 했다. 내가 누군가에게 나눠드릴 이야기가 별로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먼저 다가와주시고 영국생활에 대해 궁금해해주시기도 해서 신기하고 감사했다.
    • 내가 먼저 커피챗을 신청해보지 못한 게 조금 아쉽다. 누군가 나에게 커피챗 요청을 하면 그렇게 기분이 좋은데, 막상 내가 선뜻 요청하려고 마음먹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먼저 손 내밀어주는 분들께 더더욱 감사함을 느낀다.
  • 개발 블로그 개설하기
    • 거의 유일하게 잘 지킨 부분이다. 조금 뿌듯하고 재밌었던 건 Google Analytics를 연동한 것. 당연히 대부분 한국에서 들어오시지만 가끔 미국, 중국, 이탈리아같은 나라들에서 유입되는 경우도 있어서 신기하다.
    • 그리고 최적화...는 아니지만 조금이나마 SEO가 되고 있다는 것. 처음에는 구글에 아무리 검색해도 내 글이 뜨지 않았는데 이제는 조금씩 보인다.
  • 패스권 안 쓰고 글 12개 다 올리기
    • 아쉽지만 패스권을 딱 한 번 썼다. 모로코에 여행을 갔던 주였다. 모로코에서 자유시간동안 어느정도 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인터넷이 그렇게 처참하게 안 터질줄이야. 그래도 역대급으로 재밌는 여행이었다 ^~^
  • 글또 이후에도 계속 꾸준히 글을 같이 쓸 동지 구하기
    • 아직 구하지 못했지만... 이제 구해보면 어떨까 싶다.

그리고 나름 꾸준히 달리또, 운동해또, 책읽어또에 인증을 하며 운동과 독서를 어느정도 습관으로 붙였다. 책읽어또에서 완독한 책이 8권, 그 외에 따로 사이드로 가볍게 읽었던 책도 6권 정도 된다. 출근길 지하철 + 밀리의서재 조합이 나에게는 꾸준히 읽기 좋은 환경이었다.

10기가 끝났을 때 원했던 나의 모습 - 이루었을까?

1. 개발자로서의 정체성이 확고해진다

2. 좋은 개발자가 되고 싶다

3. 개발 관련된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든다

3번 빼고는 다 너무나 큰 목표(?)인 듯 하다.

여전히 개발 관련 글을 쓰는 건 회고글이나 다른 일상 글을 쓰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올리기 전 이게 맞나 내가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건 아닌가 걱정되는 마음이 든다. 그래도 예전보다 두려움이 줄어들긴 했다.

나 개발자 맞나...? 하는 자기 의심을 버리는 것도 아직 쉽지 않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자기 의심을 갖는다고 딱히 더 좋아지는 것도 없긴 하다. 주변에서 나에게 잘 하고 있다고 얘기해주면, 그냥 믿어볼 필요도 있는 것 같다.

좋은 개발자가 되는 길은 더더욱 멀고 험하다. 사실상 끝판왕인 목표라고 볼 수 있다.

쓰는 사람

위 3가지는 차치하고, 적어도 '글 쓰는 개발자'라는 자기인식을 갖게 됐다는 건 하나의 수확이다. 글을 잘 쓰는 개발자... 라고 할 수는 없어도 계속 글을 쓰고 있고, 이 블로그에 벌써 10개가 넘게 포스팅을 했다는 사실에서 나오는 뿌듯함이 있다.

글또 이후로 인스타에 여행/회고 포스팅을 5번 작성했고, (사실상 글이라기보다는 포토덤프에 가깝지만) 네이버 블로그에도 10개의 글을 올렸다. 그리고 나만 보는 장문의 먼슬리 회고, 분기 회고도 노션에 꾸준히 하고 있다.

무엇을 위해 글을 쓸까?

아직도 나는 내가 글쓰기를 통해 무엇을 얻고 무엇을 나누려 하는건지 잘 모르겠다.

  • 축적된 글을 종종 다시 보다보면 그 시기에 내가 느꼈던 감정, 생각, 경험들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된다. 그때 내가 허투루 시간을 보내진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과거의 나와 소통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 살면서 힘든 시기를 겪을때마다 가장 힘이 됐던 건, 비슷한 시기를 거쳐지나간 누군가의 글이었다. 번아웃이 왔을 때, 외국에 나와서 직업을 구하는 게 겁이 났을 때, 배신을 당했을 때, 앞으로 어디서 뭘 하며 살면 좋을지 막막했을 때... 완전히 똑같은 경험은 아니더라도 비슷한 경험을 했던 누군가가 그 경험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와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게 참 위로가 됐다. 아는 사람도 아니고 그냥 글쓴이와 독자로 이어졌을 뿐인데, 진심으로 그들이 잘되기를 응원하는 마음을 느꼈던 적도 여럿 있다.

쓰다보니 글은 '연결'하는 역할을 해 주는 것 같다.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를, 남과 나를. 지금까지는 나 자신과 소통하는 글을 주로 써 왔던 거 같은데, 앞으로는 타인과 소통하는 글을 더 써보고 싶기도 하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써보려고 한다.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는 작은 위로가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으면서.


마지막 기수를 함께할 수 있어 너무나 감사한 시간이었다.

부디 글또가 끝나고도 모멘텀을 잃지 않고 계속 글 쓰는 사람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