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또 10기를 여는 다짐글 ❤️
글또 10기를 시작하며
개발자로 취업을 하기 전 공부를 할 때부터 종종 다른 분들의 개발 블로그를 읽곤 했다. 그러던 중 몇몇 개발자분들의 글에서 글또라는 커뮤니티를 발견했고, 나중에 개발자가 되면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하지만 취업 첫 6개월은 회사 생활 적응과 비자 이슈로 글쓰기기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이유로, 최근 6개월은 개인적인 이슈로 정신이 없다는 이유로 글쓰기를 미뤄왔었다.
그런데 10기가 마지막 기수일 줄이야. 하마터면 놓칠뻔했는데, 디스코드에서 주변 개발자분이 올려주신 10기 모집글을 시기 적절하게 발견할 수 있었고 이번 기회만큼은 진짜 놓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글또가 끝나고 나서도 글은 계속 꾸준히 써 나가야겠지만, 최소한 이번 6개월만큼은 글쓰기를 삶의 우선순위에서 좀 많이 높여봐야 할 것 같다. 아쉬움이 안 남을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스스로와의 약속을 최대한 지켜나가다보면 아쉬움이 그나마 덜하지 않을까.
10기가 끝났을 때 원하는 나의 모습
1. 개발자로서의 정체성이 확고해진다
그러니까, 나 자신이 개발자가 맞다(?)고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비전공자이기도 하고, 워낙 주변에 똑똑한 개발자를 많이 보다보니 이 정도 실력으로도 내가 과연 개발자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첫 직장에서 만난 개발자분들 중 많은 분들이 취미=특기=직업=개발인 분들이 많았는데, 나는 사실 그 정도가 아니라는 생각이 늘 들었기 때문이다. 분명 테크 인터뷰 준비도 했었고, 나름 면접을 통과하기도 했고 실제로 개발 일을 하고 있긴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그냥 내가 운이 좋아서 그런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같이 보내는 다섯 사람의 평균이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글또 활동을 하다보면 아무래도 개발자들이 작성한 글을 더 많이 읽게 될 것이고, 더 자주 개발자들과 소통하게 될 것이고, 개발 관련된 주제들에 대한 대화가 오가는 것도 접하게 될 것이다. 요즘 한국에서는 뭐가 핫한지, 어떤 개발 컨퍼런스나 행사나 활동들이 있는지도 알게 될 것이다. 이렇게 성장 욕구가 큰 개발자분들 사이에서 활동하다보면 나도 그들과 어느 정도는 비슷해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다보면 적어도 내가 개발자라는 걸 스스로 더 믿어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정말로 그랬으면 좋겠다.
2. 좋은 개발자가 되고 싶다
좋은 개발자가 되기 위해 지금 내게 지금 부족한 부분이 호기심이라고 생각한다. 난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건 좋아하지만, 해결됐다 싶으면 굳이 더 깊게 파고들지 않으려는 성향이 좀 있다. (그리고 빨리 잊어버리는 편이다) 이게 삶을 살아가는 데는 편할지 몰라도 개발자로서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되는 사고방식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개선하고 싶어졌다.
다행인 것은 2주에 한번씩 개발 관련된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공부하거나 정리해볼 주제들이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회사 동료가 한번 살펴보면 좋을 거라고 스윽 지나가며 얘기했던 새 버전의 개발 문서, 지금은 매일같이 사용하고 있지만 처음에는 헷갈렸던 git과 config, 테스팅에서의 mock 같은 것들 말이다.
개발이라는 영역은 너무 넓어서 화두를 딱 정하지 않으면 뭘 공부해야 할지 참 막막한 것 같다. 어쩌면 그래서 한동안 호기심도 줄어들고 손도 좀 놓고 있었던 것 같은데(음... 그렇다 변명이다;;), 어떤 내용에 대해 2주동안 글을 쓸지 일단 정하고 나면 공부에 더 재미를 붙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다보면 개발자로써 자신감도 붙게 되지 않을까.
3. 개발 관련된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든다
개발 블로그를 해야겠다고 1년 전부터 생각했으면서도 막상 개발 관련 글을 한 편 쓰기에도 어려웠던 이유는, 내가 쓰게 되는 글이 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거나 기초적인 얘기에 그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읽었을 때 시간을 낭비하게 만드는 글을 쓰고 싶지는 않은데, 과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거나 필요한 글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걱정. 아무튼 걱정인형 그 자체였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좋은 글을 쓰려면 시행착오도 겪고 삽질하고 고통받는 시간도 필요한 건데. 이미 글을 많이 써왔던 분들의 글을 보면서 지레 겁먹고 쭈글이 모드가 됐던 것 같다.
어쩌면 글또는 걱정 많은 내가 일단 개발 관련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는 존재가 되지 않을까. 나만 보고 말 글이 아니라 남들이 볼 글이라는 생각이 드니 분명 적당한 긴장감을 갖고 글을 쓰게 되겠지만, 그럼에도 나만 이렇게 걱정하고 고민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보다보면 약간의 심리적 안전감이 들지도 모른다. 어떤 문제에 대해 나 혼자 고민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되는 것만으로도 용기도 생기고 실행력도 같이 생기게 된다. 우리는 보통 남들이 쓴 글이라는 결과만 보게 되지만, 글또 슬랙 속에는 글쓰기의 과정을 지나가고 있는 수많은 동료들이 있으니까!
Action Items
글또 OT가 끝나고 제출한 설문조사에 내가 작성했던 액션 아이템은 다음 3가지였다.
1. 마감일 1-2일 전에는 글 제출하기
2. 모든 분의 글을 최소 하나씩은 읽어보기
3. 두 달에 한 번은 커피챗 해보기
하나하나씩 좀 더 뜯어보면...
1. 마감일 1-2일 전에는 글 제출하기
하루 전 제출은 좀 불안한 것 같으니 이틀 전인 금요일에는 제출해야 할 것 같다. 시차를 잘못 계산해서 바보같이 놓쳐버리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고, 아무래도 주말에는 술을 마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섬머타임이 끝나가는 요즘은 더 조심해야 한다. 마지노선을 금요일 저녁 6시 반으로 잡아보려 한다. 아마 실제로는 이렇게 될 것 같다.
- ~D-7 글감 관련 자료조사 및 초안 Bullet Point 정도로 작성
- ~D-4 초안에 살 붙이기
- ~D-2 퇴고 및 제출
2. 모든 분의 글을 최소 하나씩은 읽어보기
일단 하루에 다른 분 글을 5편씩 읽는 걸 목표로 잡았다. 일단 오늘까지는 잘 지키고 있다. 아직까지는 다짐글이 대부분이라 편안하게 읽고 있다. 슬랙에 '제출 완료'라고 검색해서 뜨는 글들을 무작위로 읽고 있는데, 일단 나와 함께 프론트a에 속한 분들의 글만큼은 특히 더 꼼꼼히 읽어보려 한다.
개발블로그 다독을 시도하다보니 분야가 다른 글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다. 내가 모르는 영역들에 대한 글은 깊게 이해하며 정독하지는 못해도 오 이런 게 있구나~ 하면서 눈에 발라두는 정도로 읽고 있다. 지금 회사에선 Angular를 사용하고 있지만 개인적로는 리액트 공부를 더 해보고 싶은데, 리액트를 사용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그 분야에 대한 글들도 눈여겨보면 좋을 것 같다.
3. 두 달에 한 번은 커피챗 해보기
해외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온라인 커피챗만 가능할 것 같다. 개발자가 되기 전에는 커피챗이란 거 자체를 경험해본 적이 거의 없는데, 개발자가 되고 난 후 벌써 4번이나 커피챗을 하게 된 걸 보면 확실히 이쪽 업계에서 커피챗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것 같다. 처음 보는 분들과 건강한 얘기 나누는 건 늘 즐거운 일이다.
그러고보니 자기소개 채널에서 영국 사시는 분 두 분, 독일 사시는 분 한 분을 봤다. 유럽쪽 사시는 분들 보고 반가워서 기억해 뒀는데 어쩌면 영국이나 독일에서 커피챗을 시도해볼 수도 있겠다. 해외생활에 관심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줌으로 커피챗 하는 것도 언제나 환영!
+ Action Item으로 별도로 빼진 않았지만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 개발 블로그를 개설하는 것이다. 그렇다 개발 얘기를 하기에 네이버 블로그는 영 좋은 곳이 아니다... 일단 스스로 만들어보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으나 Gatsby를 사용할지 Ghost를 사용할지와 같은 디테일을 고민하는 중이다. 이 글과 삶의 지도는 개발 블로그를 개설하고 나면 그쪽으로 옮겨야지.
그 외에도 실천해볼 것들로는
- 패스권 안 쓰고 글 12개 다 올리기
- 글또 이후에도 계속 꾸준히 글을 같이 쓸 동지 구하기
정도가 있겠다.
2024-4Q의 글쓰기 계획
이 주제들은 조금씩 바뀔 수 있으나! 일단 최대한 킵고잉 해보려 한다
- 1회차: 글또 10기를 시작하며 (다짐글)
- 2회차 : Angular 18의 시그널을 이용한 상태관리
- 3회차 : 개발 블로그 개설기
- 4회차 : 테스팅에 대한 이야기 - 왜 하는지, 어디까지 하는지, 이상과 현실
- 5회차 : 비전공자 + 개발 무경력자의 영국 개발자 취업기
- 6회차 : Mock Service Worker를 이용해 API Fetching 테스팅하기
- 7회차 : Partman을 이용해 Postgresql에서 파티션 자동으로 관리하기
글또 OT에 참석한지도 이제 10일 정도 됐는데, 벌써부터 좋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느낀다. 오늘운동했또, 달리또, 책읽었또 라는 소모임 채널에 들어간 후 독서도 매일 하게 됐고 운동 횟수도 늘었다. 이 기세라면 한 달에 독서 2.5권은 할 수 있을 것 같고 몇 달 후엔 10km 달리기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요 몇달 노세노세 젊어서 노세 모드로 살다가, 이렇게 갓생 사시는 한국 개발자분들을 보니 자극받는다.
OT 후 설문조사에 작성했던 소감은... 단순한 글쓰기 모임이 아니라 동물의 숲 마을처럼 평화롭고 다정한 모임이라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따수워졌다는 거였다. 초식동물 같은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는 무해한 모임이랄까? 지원서 작성할 때에도 '너의 요즘 고민은 뭐니?'라는 질문 항목이 있었는데 그게 또 나에겐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냥 가끔 그런 거 있지 않나. 누군가 그냥 잘 지내냐, 고민이 뭐냐고 물어봐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거.
다소 금사빠 같은 바이브로 글또를 시작했는데, 무리하기보다는 지금과 같은 의욕을 잃지 않고 꾸준히 해 나갈 수 있기를. 사실은 그러려고 다짐글을 쓰는 것이기도 하고!